김수근님의 경동교회는 사진으로만 접했었기 때문에 실물을 접한다는 사실에 기대를 하고 갔는데 가까이에서 본 교회는 조금 음침하고 낡은 느낌의 여느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실망했었다. 아니, 오히려 요즘의 새로 지은 커다란 교회에 비하면 초라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벽돌의 외장도 그렇고, 담쟁이가 건물을 휘감고 있는 모습도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차도를 건너서 그 온전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교회의 외관이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의 손 모양을 하고 있었다. 둥글고 위로 올라갈수록 적절히 좁아지는 형상은 마치 무언가를 감싸고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사람의 신에 대한 신앙심과 신의 인간에 대한 보살핌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건물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별관과 연결되어 있고, 그 위로 더 올라가면 옥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옥상에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옥상은 잠겨있었다.
돌아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는 것은 벽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약간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것 같다. 그 끝이 뻔하다 해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내부 공간은 웅장하고 넓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주눅들지 않을 정도의 아늑한 느낌을 주고 있다.
-학교 때 과제로 냈던 내용이다. 한 5~6년 전 쯤..
김수근씨의 다른 작품인 불광동 성당이 붕괴위기에 있다고 한다.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담장이 무너지고, 지반이 침하되어 성당 지하 부분의 균열이 심각하다고 한다. 돈에 눈 먼 이기심이 한국의 근현대사에 획을 그은 건축가의 작품 하나를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남대문도 태워 먹고, 낙산사도 태워 먹더니, 성당마저 무너뜨리려는 것인지.
진정한 가치라는 것은 모두 돈으로 대체되고, 오랜 세월을 견뎌온 많은 것들이 그저 낡은 것이 되어 버리는 이 시대의 가치관이 참, 슬프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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