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를 맨 처음 접하게 된 작품.

일식이라는 제목이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인지 일본스러운 것을 생각했다.

뭐.. 예상하고는 전혀 다르게 배경은 유럽, 그것도 중세의 프랑스였다.

약간 이교도적인 내용에 연금술도 나오고, 어려운 단어들만 골라 쓴듯한, 다소 오만한듯한 문체임에도, 꽤 즐겁게 읽어버린 책이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성실함이 묻어나오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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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책들을 꿋꿋하게 읽어왔던가.

이렇게 금방 읽어버리다니, 억울해.. 억울해..

단편이 네 편.

청수, 다카세가와, 추억, 얼음 덩어리.

내가 읽어온 어느 소설과도 다르다.

그렇지만 소설이었다.

아니, 소설일까..

내가 읽은 것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아니라면 무엇일까.

내가 느낀 것은 그의 글이 여전히 무거웠다는 것.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그의 문장이 가지는 무게는 오히려 더 묵직해진 느낌.

여전히 잘 설명할 수 없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

조금은 갈증이 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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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 때만 해도 나름대로 만만하게 생각했던걸까.

7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권을 집으며, 그 무게를 실감하면서도 만만하게라..

하지만 정말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였고, 이름만으론 아주 친숙한 쇼팽의 이야기가 아닌가.

어쩌면 단순히 표지가 맘에 들었던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산 것이 아니라, 단지 히라노 게이치로의 가장 최근 소설이 표지가 맘에 들어서, 그리고 단연, 이 사람의 소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는 책은 아니었다.

단지, 갖고 다니기가 참 버거웠을 뿐.


시간을 들여야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시간이 나지 않아 겨우 조금씩 읽어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도, 한 번에 주욱 읽어 나가는 편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밤새서 읽으면 그 다음 날이 죽을 맛이고, 낮에 읽자니 남의 돈받고 일하는 주제에 너무 뻔뻔해 보일까봐 말 그대로 틈틈이 보았다.


어떤 의미로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괴로운 소설이 되었다.

이 소설이 나의 민감하고 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쑤셔댔다.

왜 이렇게 괴로운 소설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 채, 혹자는 활자중독이라 외치겠지만, 또 잊으려고 했던 것들을 끄집어 내면서도, 끝까지 읽어 지금은 뿌듯하다.


그의 적나라한 죽음에 대한, 죽음의 이후에 대한 두려움의 묘사는 나를 아직도 괴롭히는 오래된 고질병과 같은 생각.

죽음의 공포.

그 끝이거나 영원이거나 무엇이든간에, 그 말이 주는 무시무시한 중압감. 난, 이 작품에서 그 생생한 느낌을 다시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제목이 '장송' 이었음에도.

아니, 누군가 나의 공포를 글로 옮겨놓아 이렇게 괴롭힐 줄은 몰랐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읽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약간의 악몽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클래식 참 별로였던 나도 읽을 수 있을만큼 읽는 것 자체는 편한 소설이었다.

쇼팽의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조르쥬 상드에 대해, 들라크루아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많이 먹기 전에라면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난 또,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누구를 읽으며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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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특히 소설을 읽을 때에는 대체로 작가별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내가 읽게 된 두번째 일본 작가이다.

그리고 달은 내가 읽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두번째 작품이다.

내가 책을 사면서 내용을 거의 읽지 않고 사는 일은 거의 드문 일인데, 이 작가의 전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충동구매로 사게 된 소설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진 생각은 히라노 게이치로는 진화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기대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사버렸지만, 너무 두꺼워서 살짝 망설이고 있다.-함부로 집었다가 잠을 못자게 될까봐.)

이 작품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 이 작품에서 내가 읽은 것은 내가 그렇게도 좋아해 마지않는 노장사상.

자신의 궁극의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자신이 가지는 것이 환상의 것이든 현실의 것이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

결국 허무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완벽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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