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모르겠어 수화기를 들고 있어 아무데도 걸 곳없이

난데없는 미국여자 신호음을 뚫고 나와 날 재촉해

please call again

고등학교 동창녀석 오늘따라 데이트 있고

시계같은 내 삐삐는 잠만 자네

난 깨달았지 이제는 정말 혼자가 돼버린 걸

달라진 건 없지만 같을 수도 없는 날

사람들은 흘러가고 나도 여기 흘러가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저마다 바쁜 것 같고

나도 이젠 이 거리에 잠기었네

난 깨달았지 이제는 정말 혼자가 돼버린 걸

달라진 건 없지만 같을 수도 없는 날


토요일, 늘어지게 자고 오후가 다 되어서 일어났다.

전화기를 들었다.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막상 걸 수 있는 번호가 없다.

데이트 있는 동창녀석은 어제 만나서 혹여 내가 전화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그럴만도 한 게 그 녀석이 장장 6개월 동안 쫓아다녔던 사람이니까.

그 녀석에게 약속이 생기니 나는 혼자이다.

주말인데, 오늘따라 아무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이렇게도 할 일이 없었나.

그저 네가 없을 뿐인데 왜 내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기분이 들까.

우울한 마음에 목적 없이 길을 나섰다.

토요일 오후의 거리는 어디나 사람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치이며 생각한다.

흘러가고 있구나.

사람들도, 나도, 시간도 그저 흘러갈 뿐이라는 것.

그리고 혼자일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 시간인 것이다.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머무는 마음 따윈 없는 것이다.

시간은 그저 흐르고, 그 변화는 사소하지만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리고 만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저 내게 네가 없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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