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6. 23:23 책/만화

온-유시진(20071005)

워낙 오후에 연재할 때부터 꽤나 맘에 들어했던 작품이라 오후가 폐간되었을 때, 다른 작품 역시 굉장히 아쉬웠지만 특히 아쉬운 작품 중에 하나였다.

(그래도 일반 소설책보다 더 질좋은 양장본 하드커버는 역시 좀 오버라고 생각되고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다. 시공사.. 돈이 벌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오후같은 잡지가 다시 나온다면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몇 년이나 지났으니 뒷편은 반쯤, 아니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실감할 수 없었다.

서점에서 단행본을 보고서야 가슴이 벅차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린빌에서 만나요는 비교적 밝고 햇살같은 느낌이었던 것에 반해, 온은 겨울같은, 차갑고 건조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렇지만 삭막하다거나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난 이 정도의 건조함을 좋아한다.

열성적이지 않고, 들끓어오르지 않는, 차분한 작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소통과 단절, 알아버린 것에 대한 절망감, 선의 의지가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과 그런 것들에 의한 비참한 결과가 불행한 결말도 아니라는 것.

인생이란, 그런 것들로 말할 수 없을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

조금, 힘을 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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