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그러나 즐겁고 단란했던 저녁식사.
거창한 무언가는 없어도 된다.
아지트와 삼겹살,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
그저 모여서 웃고 떠드는 것이 전부라도 좋다.
사소한 사건 하나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자리라 좋다.

7시 30분 쯤,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 시각에 고기를 외치며 나가려던 찰나 같이 하기로 한 나의 주동자가 붙들리는 바람에 1시간 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다.
그 시간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을 모아서 역할을 분담하고, 나와 아지트 주인 커플은 전기요와 고기를 담당하게 되었다.
여차저차 고기를 살 때, 집에 간 줄 알았던 한 사람이 합류해서 아지트로 향했다.
아지트엔 야채팀이 이미 와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먹을 때 즈음에 또 한 사람이 합류해, 8명이 작은 전기요 위에 끼어앉아 저녁을 먹었다.
그 시각이 무려 9시가 넘었다. 우리는, 9시에 고기 먹는 사람들.
왁자한 저녁시간을 보낸 후 설겆이에 고생을 하던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따뜻한 엉덩이에 감사하며, 몇 개 안되는 TV채널에 감사하며 수다를 떨었다.
설겆이 팀이 돌아온 것은 무려 11시가 넘은 시각.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날이 넘어갔다.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고, 피곤함도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영인지 혼인지는 아직 분명하게 말 할 수 없지만-안정을 찾은 느낌이었다.
나는 또, 한 주를 살아간다.
꼼짝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면, 내 영혼이 자유를 얻는 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 내게 허락된 이 만큼의 평안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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