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4. 15:30 잡담/일상

울증

이유가 없지는 않다.
모르겠다고 하는 건, 말하기 싫어서-아니 인정하기 싫어서일까.
내부로부터의, 내 가진 기질에서 기인한 우울이 아닌.
외부로부터의, 나 아닌 다른 사람 혹은 관계에서 오는.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깨닫게 된다.
난 대체로 밝고 가끔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대체로 밝은 줄 알았던 우울한 사람이다.
혼자 생각할 시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나를 괴롭히는 이 생각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게 참.

분명 이유가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우울의 원인을 안다고 해도 원인을 없앨 방법이 없다면 해결할 수 없지 않은가.
알든 모르든 상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깨닫지 않을 수 있었을까.
피하고 싶다.
우울하게 하는 모든 원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상황들로부터 눈 돌려버리고 싶다.
그러나..
잘 알고 있다.
직시하는 것만이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답-정답이든 오답이든 상관없이-이라는 것을.
언제나 모든 상황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일 수는 없다.
가장 적합하게 흘러가겠지.

-울증이란 놈은 언제 찾아와야 가장 효과적인지 아는 놈인 것 같다.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심하고 방심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가장 좋은 기분일 때, 미처 경계하지 못한 순간을 노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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