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4. 16:59 잡담/음악
박정현-위태로운 이야기
절정을 지나버린 모든 것
결국 시들어 가는 많은 것
지금 난 그 가운데 있어
숨소리 하나 흔들림없이
작은 떨림도 없는 눈으로
지금 넌 마지막을 말해
조금 아플 것도 차차 나을 것도
느리지만 잊을 것도
넌 이미 다 알고 있었을까
아무 이유없이 그래 이유없이
love 못 믿을 사랑
더없이 위태로운 마음의 장난
반짝이며 웃던 많은 날들도
심장소리 처럼 뛰던 사랑도
그저 흘러가는 저 강물같아
기도처럼 깊던 오랜 믿음도
그저 변해가는 저 계절같아
참 위태로운 얘기
우리 헤어질까?
마치, 우리 저녁 뭐 먹을까? 라고 묻는 말투로 이별을 말한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빨리 저녁 메뉴를 정하자는 것 같은 눈빛으로, 내 눈을 피하지도 않고 쳐다본다.
그가 차가운 사람이라서가 아님을, 나는 안다.
더이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저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그였을 뿐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렇게 조용히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반짝이던 날들이 퇴색해 그 빛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라는 말이 의미를 잃었기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끝나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슬픈 말이지만, 그렇게 빛나던 날들도 그저 잊을만한 과거 혹은 기억할만한 추억일 뿐이다.
그렇게 지난, 끝나버린 사랑은, 사실 사랑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다.
너무 아픈 말이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이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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