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쉽게 내뱉은 부정적인 한마디가 어떤 절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보여준 소설.. 이랄까.

그런 한마디로 굳어져 버리는 대중의 편견이야말로 잔인한 시선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무너져 전부를 잃게되는 순간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 내게 세상의 끝없는 부조리와 모순을 보여준다.

가졌다 생각한 것을 한순간 잃을 수도 있고, 모든 것이 이젠 남아있지 않았다 생각하는 순간 세상은 자신의 상태나 생각과 상관없이 인정받아버리는..

쉽게 남의 의견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대중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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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책을 읽어도 소설은 많이 읽지 않았고, 또 꽤나 이상한 면에서 까탈스러운 면이 있는지라 문학소설이라는 것, 특히 고전은 거의 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요즘 갑자기 번쩍하고 흥미를 끄는 것이 19세기 쯤 쓰여진 소설이랄까.

예전에 오딧세이아를 포기하고(그래.. 이건 고전이지..) 한동안 읽어도 현대소설 중심이었으니.

친구를 기다리던 어느 날, 안암동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안암동의 책방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다 발견한 소설.

그 날은 이 책 대신에 다른 책-소설도 아닌-을 샀지만, 나중에 역시 책 쇼핑은 교보라고 외치며 질러버린 그 날, 같이 질러버렸다.

혹시 어렵지 않을까, 이 책으로 좌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분명 있었지만, 모험은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즐거운 것.

그정도로 난 무지했다. 러시아 문학에.

뭐.. 러시아 문학 뿐이겠는가.

그래서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첫 장을 펼쳤다.

아마도 난 좀 더 무거운 소재나 내용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의외로 가볍고 짧은 이야기에 약간은 김이 빠지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인데 질려버리면 곤란하니까.


사랑, 헌신, 보답, 배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커다란 사랑.

그 문체의 느끼함이 약간 힘겹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은 소설이다.

끝까지 헌신적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만 상대방의 행복을 더 배려할 줄 아는 사랑.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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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살 때만 해도 나름대로 만만하게 생각했던걸까.

700페이지가 넘는 책 두권을 집으며, 그 무게를 실감하면서도 만만하게라..

하지만 정말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였고, 이름만으론 아주 친숙한 쇼팽의 이야기가 아닌가.

어쩌면 단순히 표지가 맘에 들었던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산 것이 아니라, 단지 히라노 게이치로의 가장 최근 소설이 표지가 맘에 들어서, 그리고 단연, 이 사람의 소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는 책은 아니었다.

단지, 갖고 다니기가 참 버거웠을 뿐.


시간을 들여야 읽을 수 있는 분량임에도 시간이 나지 않아 겨우 조금씩 읽어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도, 한 번에 주욱 읽어 나가는 편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밤새서 읽으면 그 다음 날이 죽을 맛이고, 낮에 읽자니 남의 돈받고 일하는 주제에 너무 뻔뻔해 보일까봐 말 그대로 틈틈이 보았다.


어떤 의미로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가장 괴로운 소설이 되었다.

이 소설이 나의 민감하고 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쑤셔댔다.

왜 이렇게 괴로운 소설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 채, 혹자는 활자중독이라 외치겠지만, 또 잊으려고 했던 것들을 끄집어 내면서도, 끝까지 읽어 지금은 뿌듯하다.


그의 적나라한 죽음에 대한, 죽음의 이후에 대한 두려움의 묘사는 나를 아직도 괴롭히는 오래된 고질병과 같은 생각.

죽음의 공포.

그 끝이거나 영원이거나 무엇이든간에, 그 말이 주는 무시무시한 중압감. 난, 이 작품에서 그 생생한 느낌을 다시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제목이 '장송' 이었음에도.

아니, 누군가 나의 공포를 글로 옮겨놓아 이렇게 괴롭힐 줄은 몰랐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읽는 내내 머리가 무거웠다.

약간의 악몽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았다.

클래식 참 별로였던 나도 읽을 수 있을만큼 읽는 것 자체는 편한 소설이었다.

쇼팽의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조르쥬 상드에 대해, 들라크루아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많이 먹기 전에라면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난 또, 언제 나올지 모르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이젠 누구를 읽으며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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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특히 소설을 읽을 때에는 대체로 작가별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내가 읽게 된 두번째 일본 작가이다.

그리고 달은 내가 읽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두번째 작품이다.

내가 책을 사면서 내용을 거의 읽지 않고 사는 일은 거의 드문 일인데, 이 작가의 전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충동구매로 사게 된 소설이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진 생각은 히라노 게이치로는 진화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전작을 읽고 이 작품을 기대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사버렸지만, 너무 두꺼워서 살짝 망설이고 있다.-함부로 집었다가 잠을 못자게 될까봐.)

이 작품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 이 작품에서 내가 읽은 것은 내가 그렇게도 좋아해 마지않는 노장사상.

자신의 궁극의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자신이 가지는 것이 환상의 것이든 현실의 것이든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

결국 허무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완벽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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